
반도체 업계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점유율 싸움인데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독주가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시장조사 결과를 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무서운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에 화제가 된 건 다음 세대 제품인 HBM4를 둘러싼 경쟁 구도인데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HBM4 시장에서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경쟁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그리고 HBM4가 왜 이렇게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순위는 그대론데 격차는 반토막 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변화의 속도가 확 체감됩니다. 2026년 1분기만 해도 SK하이닉스가 87%, 삼성전자가 21%로 무려 37%포인트나 차이가 났었는데요. 불과 한 분기 만인 2분기에는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로 격차가 17%포인트까지 줄어들었습니다.

1위 자리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지키고 있지만, 격차가 반 토막 난 셈이니 업계에서 술렁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점유율이 15%에 불과했다는 걸 감안하면, 1년 만에 두 배 넘게 뛴 수치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빨리 따라잡은 비결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최신 HBM 공급 물량을 빠르게 늘려왔는데요. 특히 엔비디아 대상 공급 확대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엔비디아 물량의 상당 부분을 SK하이닉스가 독점하다시피 해왔는데, 삼성전자 제품이 품질 인증을 통과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인 HBM4 개발과 양산을 예상보다 빠르게 밀어붙인 점도 주효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4가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이게 사실이라면 하반기 이후 판도는 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진짜 승부처는 하반기 HBM4 전환
지금까지는 5세대 제품인 HBM3E가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하반기부터는 6세대인 HBM4 출하가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이번 세대교체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성능 차이가 이전 세대 교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인데요.
HBM4는 동작 속도가 기존 HBM3E(9.6Gbps) 대비 20% 이상 빨라진 11.7Gbps 수준을 안정적으로 확보했고, 최대 13Gbps까지도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모리 대역폭 역시 최대 3.3TB/s까지 끌어올려 이전 세대보다 2배 넘게 향상됐습니다. 최선단 공정을 적용해 전력 효율은 약 40%, 발열 특성은 약 10% 개선됐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HBM4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격차가 더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런 스펙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도 여전히 엔비디아 전체 구매 물량의 약 70%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엔비디아 인증이 흔든 판도, 남은 변수
이번 경쟁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축은 엔비디아의 벤더 인증 정책입니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HBM 공급망을 사실상 SK하이닉스 한 곳에 크게 의존해왔는데요. 최근 들어 삼성전자 제품을 나란히 승인하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특정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산도 여전합니다. 수율 안정화, 대량 생산 체제 구축, 고객사별 맞춤형 커스텀 HBM 대응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요.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까지의 흐름만 보면 삼성전자의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가파릅니다. SK하이닉스도 HBM4E 샘플 출하, 차세대 공정 전환 등으로 맞대응에 나선 상태라, 남은 하반기 두 회사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AI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HBM4 경쟁의 결과는 국내 반도체 산업 전체의 체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지금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SK하이닉스가 다시 격차를 벌릴지, 당분간 HBM 시장 소식에서 눈을 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