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칩값 두 자릿수 인상, 삼성이 엑시노스 카드 다시 꺼낸 진짜 이유

휴대폰 하나 새로 사려고 알아보는데 자꾸 가격이 오르는 것 같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텐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퀄컴에서 시작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가격이 두 자릿수 비율로 올랐고, 이 여파가 고스란히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가격표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 한복판에서 삼성의 자체 반도체 엑시노스가 다시 조명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퀄컴발 칩값 인상이 갤럭시 가격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 그리고 삼성이 꺼내든 엑시노스 카드가 진짜 승부수가 될 수 있을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퀄컴, 왜 갑자기 칩값을 두 자릿수나 올렸나

한미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 현장

퀄컴은 지난 9월 1일 출하분부터 모바일 AP 공급 가격을 두 자릿수 비율로 인상한다고 고객사들에 통보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부품 조달 난항과 공급업체 비용 상승인데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면서 반도체 생산 설비와 소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부담이 결국 완제품 가격으로 넘어오는 모양새입니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생산 라인도 이런 훈풍과 부담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요, 위 사진은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의 생산 현장입니다.

 

 

 

 

 

퀄컴 모바일 AP 칩셋 클로즈업

퀄컴 모바일 AP는 국내에는 생산 기반이 없는 미국 기업의 제품이라, 이번에 소개하는 칩 실물 사진은 해외에서 촬영된 자료임을 밝힙니다. 문제는 이 칩 하나의 가격이 오르면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원가 구조 전체가 흔들린다는 점인데요. 특히 삼성전자처럼 연간 수천만 대의 갤럭시를 파는 회사라면, 칩값 인상분이 그대로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갤럭시 폴드8·플립8, 오른 건 칩값만이 아니었다

삼성 갤럭시Z 폴드 폴더블 스마트폰, 스냅드래곤 탑재 모델

실제로 삼성전자 MX사업부의 지난해 모바일 AP 매입 비용은 13조 8272억원으로, 전년 10조 9326억원 대비 26.5%나 늘었습니다. 올해 나온 갤럭시Z 폴드8은 전작보다 가격이 8~13%가량 올랐는데요. 접었다 펼치는 폼팩터 특성상 부품 단가가 원래도 높은 편인데, 여기에 칩값 인상까지 겹치면서 가격 저항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 갤럭시Z 플립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8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작 대비 가격이 19만 8000원가량 뛰었다고 하는데요. 한 번 오른 스마트폰 가격은 좀처럼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폴드8·플립8 울트라 라인업은 전량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탑재하면서, 퀄컴 의존도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 워치·버즈까지, 커지는 퀄컴 의존도

삼성 갤럭시 워치, 엑시노스 대신 퀄컴 웨어 칩 탑재 모델

퀄컴 의존은 스마트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갤럭시 워치9·워치 울트라2는 이번에 처음으로 자체 칩인 엑시노스 W 시리즈 대신 퀄컴 웨어 엘리트를 채택했는데요. 그동안 웨어러블만큼은 삼성 자체 칩으로 채워왔던 걸 생각하면 상징적인 변화입니다.

 

 

 

 

 

삼성 갤럭시 버즈 무선이어폰

여기에 최근 공개된 AI 글라스에도 퀄컴 AR1 칩이 들어가면서, 스마트폰부터 워치, 심지어 새로운 폼팩터 기기까지 퀄컴 부품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인데요. 이렇게 되면 퀄컴이 한 번 더 가격을 올릴 때마다 삼성 전체 제품군의 원가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 엑시노스의 반격, 갤럭시S27에선 다를까

SK하이닉스 D램 PMIC 반도체 칩 클로즈업

이런 흐름 속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카드가 바로 삼성의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입니다. 엑시노스 2600은 일부 AI 벤치마크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성능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생성형 AI 처리 성능은 전작 대비 무려 113% 향상됐다고 합니다. 메모리 가격까지 함께 오르는 상황에서, 국산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몸값이 재평가받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S 울트라 스마트폰, 엑시노스 탑재 플래그십 모델

다만 엑시노스 2600은 발열과 전력 효율, 수율 측면에서 아직 불안감이 남아 있어 플래그십 폴더블 모델에는 전면 탑재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은 갤럭시Z 플립8 일부 시장에만 엑시노스를 넣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는데요.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세대 엑시노스 2700은 플래그십 모델 탑재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이 계속 커지는 만큼, 엑시노스 탑재 비중 확대가 사실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한미반도체 반도체 장비 생산 시설 전경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체로 보면 이번 사안은 단순히 삼성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엑시노스 같은 자체 칩 비중이 늘어나면 국내 반도체 설계·장비·소재 업체들에도 물량이 돌아갈 여지가 커지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퀄컴 의존도가 계속 높아진다면 그만큼 국내 공급망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 캠퍼스

경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엑시노스 2700이 실제로 갤럭시S27 플래그십에 탑재될 수 있을지는 내년 초 공개를 봐야 알겠지만, 이번 퀄컴발 칩값 인상이 삼성의 반도체 자립 시계를 앞당기는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스마트폰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앞으로 나올 갤럭시 신제품의 AP가 퀄컴인지 엑시노스인지도 한 번쯤 체크해볼 만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