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 오랜만에 진짜 ‘가격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첫 순수 전기 기반 GLC를 앞세워 4분기 고객 인도를 준비하는 사이, BMW는 이미 국내에 iX3를 풀며 계약 행렬을 만들어냈는데요. 여기에 중국 지커까지 5000만원대 가격표를 들고 뛰어들면서,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은 테슬라 모델Y 정도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준이었는데요. 불과 몇 달 사이 독일 양대 브랜드가 정면으로 맞붙고, 중국 브랜드까지 참전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급격히 넓어졌습니다. 과연 어떤 모델이 진짜 승자가 될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9000만원 벤츠 일렉트릭 GLC, 계약 11일 만에 1000건 돌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7월 첫 순수 전기 기반 GLC인 ‘일렉트릭 GLC’의 사전계약을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GLC 300 4MATIC AMG 라인이 9000만원, 상위 트림인 AMG 라인+가 9480만원으로 책정됐는데요.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지만 전국 65개 전시장에서 진행된 사전계약은 시작 11일 만에 1000건을 넘어섰습니다.
벤츠가 이렇게 자신 있게 가격을 매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펙이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 MB.EA를 처음 적용해 1회 충전으로 WLTP 기준 최대 616km를 달릴 수 있고, 330kW급 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면 충전이 끝납니다. 기존 내연기관 GLC보다 휠베이스를 84mm 늘려 실내 공간도 넉넉해졌다는 평가입니다.

고객 인도는 올해 4분기부터 시작될 예정인데요. 업계에서는 벤츠가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와 서비스망을 그대로 전동화 모델에 얹었다는 점에서, 초기 흥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GLC는 내연기관 시절부터 국내 수입차 판매량 상위권을 지켜온 모델인 만큼, 기존 고객층이 전기차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9000만원대라는 가격은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꼽힙니다.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 게 바로 BMW iX3입니다.

🚙 7990만원 BMW iX3, 사전예약 3일 만에 2000대
BMW코리아는 벤츠보다 한발 먼저 신형 iX3를 국내에 내놓았습니다. 진입 트림인 SE가 7990만원, M 스포츠가 8690만~8710만원, 최상위 M 스포츠 프로가 9190만원인데요. 벤츠 프리미엄 전기 SUV보다 최대 1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초반 승부수를 던진 셈입니다.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BMW iX3는 사전예약 3일 만에 2000대를 돌파했는데, 이는 국내 수입 전기차 사전예약 기록 중에서도 눈에 띄는 속도입니다.

성능도 밀리지 않습니다. 국내 인증 기준 611km, WLTP 기준으로는 최대 653km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최고출력은 469마력에 달합니다. 350~400kW급 충전을 지원해 10%에서 80%까지 약 21분이면 충전이 끝나는데요. 벤츠보다 먼저 국내에 물량을 풀고, 가격까지 낮췄다는 점이 BMW의 가장 확실한 무기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BMW iX3의 흥행을 ‘균형잡힌 상품성’의 승리로 해석합니다. 최고급 사양을 고집하기보다 진입 가격을 낮춰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통했다는 분석인데요. 실제로 벤츠 오너 중에서도 iX3로 관심을 옮기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렇게 독일 두 브랜드가 8000만~9000만원대에서 치열하게 맞붙는 사이, 전혀 다른 방향에서 승부를 거는 곳도 있습니다.

🇨🇳 5299만원 지커 7X, 가격으로 판을 흔들다
중국 지리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는 지난 6월 국내에 7X를 출시했습니다. 트림별 가격은 프로 5299만원, 맥스 5999만원, 울트라 6999만원인데요. 최상위 트림조차 BMW iX3보다 약 2691만원, 벤츠 일렉트릭 GLC보다는 약 3701만원이나 저렴합니다.
가격만 낮은 게 아닙니다. 지커 7X 울트라는 최고출력 646마력, 800V 시스템을 갖춰 스펙 면에서는 오히려 독일 브랜드를 앞서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상온 실주행거리는 440km 수준으로, 616~653km를 달리는 벤츠·BMW보다는 짧은 편입니다.

지커 7X는 출시 이후 1500대 이상의 사전예약을 확보했고, 오는 10월부터 국내 인도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절반 가격에 가까운 파격적인 가격표 덕분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속도도 빠른데요.
업계 관계자는 지커 7X가 “독일차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800V 시스템과 고성능을 갖춘 만큼, 국내 소비자가 중국 전기차의 브랜드 가치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관건”이라고 짚었습니다. 성능과 가격만 놓고 보면 매력적이지만, 브랜드 신뢰도와 중고차 가치 방어력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 3파전의 승부처는 결국 충전 인프라와 A/S
세 모델 모두 급속 충전 성능은 20분대로 비슷한 수준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구매를 결정짓는 건 결국 국내 충전 인프라와 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입니다. 서울역이나 주요 거점에 마련된 공공 충전소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가, 값비싼 프리미엄 전기 SUV를 실생활에서 얼마나 편하게 탈 수 있는지를 가르는 요소가 되는 셈인데요.
벤츠와 BMW는 이미 국내에 수십 년간 쌓아온 서비스센터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지커처럼 이제 막 국내에 진출한 브랜드는 A/S망 확충이 판매량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결국 이번 3파전은 단순히 어떤 차가 더 빠르고 멀리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 가치와 가격 중 무엇을 더 우선하느냐의 문제로 정리될 것 같습니다. 9000만원을 내고 벤츠의 안정감을 사느냐, 8000만원으로 균형점을 찾느냐, 아니면 5000만원대로 절반의 비용을 아끼느냐. 올해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인도가 시작되면 국내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의 실제 판매 성적표가 드러날 텐데요. 세 브랜드의 진검승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