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에어2가 사라진 자리, 999달러 아이폰의 빈자리가 남았다

아이폰 에어2 관련 뉴스, 국내 대표 전자상가인 용산전자상가 전경

9월 9일 진행된 애플 신제품 발표 현장을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고개를 갸웃했을 텐데요. 아이폰18 프로, 프로맥스, 그리고 폴더블 폰 아이폰 듀오까지는 예상대로 공개됐지만, 정작 가장 궁금했던 이름 하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아이폰 에어2입니다. 작년 아이폰17 에어가 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로 화제를 모았던 걸 생각하면, 후속작이 통째로 빠진 이번 라인업은 꽤 이례적인 선택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아이폰 에어2가 왜 이번 가을 무대에 오르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빈자리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아이폰18 언팩 현장에 없었던 이름


아이폰17, 아이폰 에어, 아이폰17 프로 라인업이 나란히 놓인 모습(해외 촬영)

이번 발표에서 애플이 공개한 신제품은 딱 세 가지였습니다. 아이폰18 프로, 아이폰18 프로맥스, 그리고 새롭게 선보인 폴더블 폰 아이폰 듀오였는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매 가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던 슬림형 모델, 즉 아이폰 에어 계열의 후속작인 아이폰 에어2는 이번엔 아예 무대에 서지 못했습니다. 위 사진처럼 아이폰17 시리즈 전체가 한자리에 놓였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 된 셈이죠.

 

 

 

 

 


스페이스 블랙 색상의 아이폰 에어 제품 사진(해외 촬영)

시장조사업체 IDC의 나빌라 포팔 분석가는 이를 두고 애플이 아이폰 에어2 출시를 ‘전략적으로’ 미룬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내년 봄 출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 번 라인업에 올랐던 제품이 다음 세대에서 통째로 자취를 감추는 경우는 스마트폰 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토막 난 중고가, 아이폰 에어의 씁쓸한 성적표

서울 명동 거리, 스마트폰 매장이 밀집한 쇼핑 상권

사실 아이폰 에어2가 미뤄진 데에는 전작의 부진한 성적표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중고 거래 플랫폼 셀셀 집계에 따르면, 출시 10주 만에 아이폰17 에어 1TB 모델의 중고가는 47.7% 하락해 출고가 1,399달러였던 기기가 668달러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512GB 모델은 45%, 256GB 기본 모델도 40.3% 하락했는데요. 같은 기간 아이폰17 프로맥스가 26.1% 하락에 그치고, 아이폰17 시리즈 평균이 34.6%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유독 낙폭이 컸던 셈입니다.

 

 

 

 

 

서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승객들

셀셀 측은 아예 이런 평가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아이폰 에어는 판매 측면에서 실패작이다.” — 중고 거래 플랫폼 셀셀

보통 다른 아이폰들은 출시 10주 차부터 중고가 하락세가 완만해지는데, 아이폰 에어만큼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여전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우리 모습을 보면, 그만큼 ‘어떤 폰을 살 것인가’는 늘 민감한 문제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999달러 자리가 텅 빈 이유, 애플의 노림수

서울 강남 거리 풍경, 아이폰 구매 수요가 많은 상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작년 아이폰17 에어의 출고가였던 999달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합리적인 아이폰’으로 통했는데요. 그런데 이번 아이폰18 라인업에서는 이 가격대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기본형 없이 곧바로 1,199달러 아이폰18 프로부터 시작해, 무려 3,199달러에 이르는 아이폰 듀오까지 뛰어야 하는 구조가 된 겁니다. 1,199달러와 3,199달러 사이, 그 어디에도 999달러짜리 선택지는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예산에 맞춰 아이폰을 고르려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카이 블루 색상의 아이폰 에어 제품 사진(해외 촬영)

아이폰 에어2가 이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공백의 체감은 더 크게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서도 ‘차라리 내년까지 기다리는 게 낫지 않냐’는 반응이 적지 않은데요. 당장 교체 수요가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인 셈입니다.

 

 

 

 

 


애플 본사 애플파크 항공 전경(해외 촬영)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포팔 분석가는 이를 ‘의도된 분산 전략’으로 해석했습니다. 한 해 동안 출하 물량을 고르게 나누면서도, 이번 가을 발표는 프로 라인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려 했다는 설명인데요. 실제로 이런 결정들은 애플 쿠퍼티노 본사에서 오랜 시장 데이터 분석을 거쳐 내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업장 전경

업계에서는 내년 봄, 아이폰18e·아이폰18·아이폰 에어2를 한꺼번에 선보이는 중저가 3종 라인업 구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프리미엄은 가을에, 대중형은 봄에 나누어 배치하면서 연중 화제성을 두 번으로 늘리려는 셈이죠.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갤럭시 S26 FE 등으로 중저가 라인업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 만큼, 애플 역시 봄 라인업 재편으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아이폰 에어2, 이번엔 다를까


라이트 골드 색상의 아이폰 에어 제품 사진(해외 촬영)

내년 봄 등장이 유력한 아이폰 에어2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우선 2나노미터 공정의 A20 프로 칩셋이 탑재돼 전력 효율과 성능 모두 개선될 전망이고요. 카메라도 기존 4,800만 화소 단일 렌즈에서 초광각을 더한 듀얼 카메라 체계로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더 얇고 밝게 만드는 CoE 방식의 OLED 패널이 유력하고, 6.55인치 120Hz 화면 크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께는 기존 5.6mm 수준을 유지하거나 한층 더 얇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가격 역시 999달러에서 899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애플 특유의 신중한 가격 정책을 고려하면 아직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서울 홍대 거리 풍경

결국 아이폰 에어2가 전작의 부진을 만회하고 실제로 그 텅 빈 999달러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는, 내년 봄이 되어야 확인할 수 있을 듯합니다. 슬림형 아이폰이라는 실험 자체가 실패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른데요. 당장 스마트폰을 바꿀 계획이 있다면, 성급하게 아이폰 에어2를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나온 라인업 안에서 실속을 따져보는 편이 현실적일 수 있겠습니다.